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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teau Balestard la Tonnelle 2012
    와인 2025. 6. 6. 11:26


     어제 밤에 마셨던 와인에 대한 후기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의 그랑 크뤼 클라세 와인, 샤토 발레스따르 라 토넬 2012 빈티지가 그 주인공. 이름이 좀 어렵다. 이 와인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15세기 시인 프랑수아 비용이 그 맛에 감탄해 시를 헌정했다는 이야기가 라벨에 새겨져 있을 만큼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2012년은 보르도 우안, 즉 생테밀리옹 지역에겐 만만치 않은 도전의 해였다. 좋은 빈티지는 아니었고, 와이너리 자체도 그리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큰 기대 없이 시음했다.
     

    샤토 발레스따르 라 토넬, 역사가 숨 쉬는 포도원

     샤토 발레스따르 라 토넬은 그 이름에서부터 역사를 말해준다. 15세기 마을 교회의 참사회원이었던 프랑수아 발레스따르가 설립한 포도원으로, '라 토넬(La Tonnelle)'은 포도밭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15세기 석조 망루를 의미한다. 이 망루는 샤토의 상징이자 과거와의 연결고리다. 1923년부터는 캅 드 물랭(Cap de mourlin) 가문이 인수하여 현재 12대와 13대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이 가문은 17세기부터 생테밀리옹 와인 역사와 함께해 온 잔뼈 굵은 와인 명가다. 이전에 마셨던 Chateau Cap de Mourlin의 맛이 괜찮아서 이 와인을 한번 구매해 본 것이기도 하다.
     

    테루아: 점토-석회암 고원의 축복

    이 샤토가 특별한 이유는 생테밀리옹에서도 손꼽히는 점토-석회암 고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10.5헥타르 규모의 포도밭은 마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점토질 토양은 수분 보유력이 뛰어나 건조한 시기에도 포도나무에 꾸준히 수분을 공급하며 와인에 풍부함을 더한다. 반면 석회암은 배수가 용이하고 포도에 미네랄리티와 신선함을 부여하여 와인의 구조감과 복합미, 그리고 장기 숙성 잠재력을 높인다.
    포도밭에는 주로 메를로(Merlot, 약 64~70%)가 식재되어 있으며,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약 11~25%)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약 5~25%)이 그 뒤를 잇는다. (자료에 따라 식재 비율은 조금씩 다르다.) 평균 수령 33~34년의 포도나무들은 헥타르당 6,300~6,900그루 밀도로 심어져 있어, 포도나무 간의 경쟁을 통해 응축미 있는 양질의 포도를 생산한다.
     

    양조 철학: 전통과 혁신의 조화

    발레스따르 라 토넬의 양조 방식은 전통을 존중하되 현대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포도는 모두 손으로 수확하여 최상의 포도알만 선별한다. 발효는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진행되어 과실의 순수성을 최대한 보존한다. 숙성은 새 오크통과 한 번 사용한 오크통을 약 50:50 비율로 사용하여 과일 풍미와 오크 풍미 간의 섬세한 균형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ISO 14001(환경 경영 시스템), HVE(높은 환경 가치), 유기농 농업 인증 등을 획득하며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와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리의 유산을 증진하고 미래 세대에게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혁신한다"는 그들의 철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2012년 생테밀리옹, 도전적인 해.

    2012년 보르도는 한마디로 '와인 생산자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해'였다. 겨울은 춥고 습했으며, 봄 역시 서늘하고 축축한 날씨가 이어져 개화가 늦고 불균일하게 진행되었다. 이는 수확량 감소로 이어졌다. 여름은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이다가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는 건조한 기간이 지속되어 일부 포도밭은 수분 스트레스를 겪기도 했다. 이로 인해 포도 껍질이 두꺼워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가을은 다행히 안정적이고 온화한 날씨로 포도가 숙성될 시간을 벌어주었지만,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이어진 비는 수확을 앞둔 포도에 질병의 위험을 높였다. 특히 일찍 익는 메를로는 비 피해가 본격화되기 전에 수확이 가능했지만, 늦게 익는 품종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고르지 못한 숙성 때문에 포도밭과 와이너리 양쪽에서 매우 꼼꼼한 포도 선별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와이너리에서의 과도한 추출을 피하는 섬세한 양조 기술 또한 중요했다. 결국, 2012년은 생산자의 경험, 기술, 그리고 포도밭의 위치와 특성이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생산자의 빈티지'로 요약된다.
    샤토 발레스따르 라 토넬의 점토-석회암 테루아는 이런 해에 복합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점토의 수분 보유력은 여름 가뭄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었겠지만, 습한 봄과 늦가을 비에는 배수 관리가 중요했을 것이다. 메를로가 우세한 포도밭 구성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 만나본 발레스따르 라 토넬

    와인 기본 정보:

    Château Balestard la Tonnelle
    산지: France > Bordeaux > Saint-Émilion (Grand Cru Classé)
    품종: Merlot 70%, Cabernet Franc 20%, Cabernet Sauvignon 10%.
     *샤토의 일반적인 식재 비율과 다소 차이가 있는데, 2012년 빈티지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을 줄이고, 좋은 품질을 보여준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의 비중을 높인 빈티지 맞춤형 조정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메를로 70%, 카베르네 프랑 25%, 카베르네 소비뇽 5%를 언급하기도 한다.
    알코올 : 14%
    양조 : 손 수확 후 포도 선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약 50% 새 오크통, 50%는 한 번 사용한 오크통에서 진행.
    전문가 평점: Robert Parker 88점, James Suckling 89점, Jancis Robinson 16.5/20점, Falstaff 90점, Wine Enthusiast 90점, Gilbert & Gaillard 90점, Jeff Leve 90점. 
    시음글래스 : 슈피겔라우 보르도
    구입정보 : 4.2만원 / 직구(비타트라 독일)
    재구매의사 : 높음

     

    시음후기

     현충일 전날이라 데일리로 한병 마셨다. 생소한 와이너리인데다가 전문가 평점도 높지 않아 기대감이 거의 없는 상태로 마셔서 그런지, 의외로 상당히 맛있게 마셨다. 그래도 나름 그랑크뤼 클라세인데 너무 무시했나. 😂 엑스셀라 상태의 와인이라 보관 상태가 아주 좋았고, 덕분에 완벽히 시음적기에 들어선 보르도 와인의 진가를 느낄수 있었다. 
    다만 부주의하게 뽑다가 코르크는 댕강. 부서진 아랫 부분은 아소를 이용해 뽑았다. (부서졌지만) 코르크 상태 타고오른 흔적 없이 매우 양호.

    테이스팅 노트

    • : 짙은 가넷 색. 림에서 갈변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불투명하고 피처럼 짙은 색.
    • : 충분히 숙성되어 부케가 피어오른다. 과실이 아직 죽지 않았다. 검은 체리, 카시스류의 검은 과실향, 다크 초콜릿과 버섯향이 먼저 감지된다. 마시면서 향은 약간의 흙내음, 샐러리와 같은 향, 약간의 민트, 담뱃잎, 스모키한 향들이 아주 복합적으로 피어오른다.
    • : 완벽히 시음적기에 들어선 상태. 타닌은 실크와 같이 부드럽고 벨벳처럼 혀를 감싼다. 산도는 중간, 당도는 드라이하고 바디감은 풀바디에 가깝다. 입에서도 향과 마찬가지로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매끄러운 와인의 질감과 복합미가 피니쉬까지 길게 이어진다. 구조감이 큰 편은 아니지만 밸런스가 훌륭하다.
    • 숙성 잠재력: 지금 가장 마시기 좋다. 앞으로 2년 내에 소비하는것을 권장.
    • LC Point : 91/100, S2 Point : 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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