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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 라멘집 '토키(東輝)' : 공간과 맛으로 던진 묵직한 승부수음식 2025. 6. 17. 12:22
토키 : 😋😋😋😋

솔직히 이런곳에 라멘집이 있을것 같지 않다 
을씨년스러운 입구 
'토키'는 2층에 위치하고 있다 
'토키'의 입구. '동휘'라는 한자가 눈에 들어온다. 남산과 회현역 언저리, 낡은 타일 건물 2층에 간판도 제대로 없이 새 라멘집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토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시간을 뜻하는 '토키(時)'인 줄 알았지만, 매장 한쪽에 적힌 한자를 보니 '동녘 동(東)'에 '빛날 휘(輝)'다. 어쩌면 사장님 이름일지도.

외부와 달리 깔끔한 실내 공간 
낡음과 세련됨이 공존하는 공간 라멘 맛을 보기 전, 공간부터 눈에 들어온다. 건축학도 출신이라는 사장님의 솜씨일까. 낡은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는 거칠지만 세련됐다. 벗겨진 페인트, 노출된 콘크리트 벽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절묘하게 배치된 조명과 가구들이 힙한 분위기를 더한다. 흔히 떠올리는 비좁고 북적이는 일본 라멘집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널찍하고 쾌적해서 도쿄 어딘가의 세련된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도쿄의 진짜 카페나 라멘집이 이렇게 넓을 리 없다는 게 함정.) 결국 이곳은 지극히 지금, 여기의 트렌디한 한국 공간이다.

무심하게 붙어있는 메뉴 이곳의 패기는 메뉴판에서도 드러난다. 쇼유(간장) 라멘, 단 하나. 선택지는 토핑 추가뿐이다.

챠슈 쇼유라멘 
차슈 쇼유 라멘에 계란을 추가했다. 자리에 놓인 라멘은 일단 비주얼부터 합격이다. 정갈하게 담긴 면 위로 파와 다진 양파, 정체 모를 향신채가 올라가고, 그 주위를 닭가슴살, 등심, 그리고 보기에도 스모키한 기운이 역력한 훈제 차슈까지 세 종류의 차슈가 둘러싸고 있다. 국물에는 향미유로 보이는 기름이 떠 있고, 화룡점정으로 멘마와 추가한 달걀이 자리를 잡았다.
국물부터 한 숟갈. 익숙한 간장 베이스 라멘이면서 동시에 라멘에서는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향이 감돌아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려 6가지의 일본 간장과 닭, 조개, 일본식 다시 3종의 육수를 섞었다고 하는데, 그 복합미가 혀를 때린다. 묵직한 감칠맛과 기분 좋은 짠맛 사이로 버터처럼 달큰하고 고소한 향이 스친다. 간장의 향이 노골적으로 튀지 않고 모든 맛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는다. 한국인 입맛에는 살짝 짜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건 '맛있는 짠맛'의 범주다.
토핑으로 올라간 3종의 차슈는 각자의 역할이 뚜렷하다. 닭가슴살과 등심 차슈는 담백하고 부드럽게 국물과 어우러진다. 이 라멘의 '킥'은 단연 훈제 차슈다. 꽤나 강렬한 훈연향이 자칫 간장 맛으로 단조로워질 수 있는 국물에 또 다른 결을 입힌다. 이 스모키함 하나가 라멘 전체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여기에 아삭한 양파와 향신채의 향긋함이 더해지니, 한 그릇 안에서 다채로운 맛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다.
면 익힘은 완벽에 가깝다. 가볍게 씹는 맛이 살아있는, 소위 말하는 '딱 좋은' 상태. 국물의 맛을 충분히 머금으면서도 면 자체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한입 깨물고 실망해버린 계란 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추가로 주문한 계란이 문제였다. 촉촉한 반숙을 기대했건만, 받아 든 것은 거의 완숙에 가까운 형태였다. 다른 방문객들의 후기를 보면 영롱한 반숙란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날만, 혹은 내 것만 이랬을수도 있다.
라멘 한 그릇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다. 차슈 쇼유 라멘은 12,500원. 하지만 맛을 보면, 그리고 이 공간을 즐기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이 가격이라면 면 추가(현재 1,000원) 정도는 서비스로 제공해 줘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대단히 만족스러운 한 그릇이었다. 단일 메뉴로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것은, 주인장의 뚝심과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방증한다. 여러번 다시 찾을 한 그릇이다. 라멘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이 회현 일대에 기념비적인 한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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