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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케제 안티노리 와이너리 디너 후기 : 포시즌스 서울 보칼리노 (Boccalino)
    음식 2025. 7. 16. 09:24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탈리아 와인 그 자체와 동의어로 여겨져 온 이름, 마르케제 안티노리(Marchesi Antinori) 가문의 유산을 합리적인 가격(1인 23만원, 식사와 와인 페어링을 합친게 이 가격이라니!)에 맛볼수 있는 기회가 있어 다녀왔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내의, 권위 있는 미식 가이드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가 인정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Boccalino)의 우아한 공간은 완벽한 무대였다. 
     안티노리 가문이 이탈리아 와인 산업에 미친 영향력은 기념비적이다. 1385년 피렌체 와인 양조가 길드에 가입하며 시작된 그들의 역사는 단순히 와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예술의 후원자이자 문화의 형성자로서 자리매김했다. 특히 가문의 26대손인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 후작은 '현대 이탈리아 와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이탈리아 와인의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과감히 전통에 도전한 혁명가였다. 따라서 이날 저녁 잔에 채워진 모든 와인은 거대한 이야기의 한 챕터와 같았다.

     

    마르케제 안티노리 와이너리 스페셜 디너 구성

    코스 메뉴 설명 페어링 와인 와인 특징 및 페어링 시너지
    Benvenuto 게살 타르트, 레몬 라임 제스트, 캐비어 마르케제 안티노리 뀌베 로얄 NV 상쾌하고 크리미하며, 구운 빵의 풍미. 미각을 정화하고 해산물과 조화.
    Antipasto 홍새우 타르타르, 올리브와 바질 오일 체르바로 델라 살라 부싯돌, 복합미, 바닐라와 시트러스 노트. 섬세한 새우와 질감의 조화. 하지만 이 날의 미스매치.
    Sharing Pizza 마르게리타 피자, 부라타 치즈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블랙 체리, 향신료, 구조감 있는 타닌. 토마토, 치즈와의 클래식한 조합.
    Primo 라자냐, 볼로네제 라구 바디아 아 파시냐노 그란 셀레지오네 순수 산지오베제. 붉은 과실, 라벤더, 실키한 타닌. 라구의 풍부함을 가로지름.
    Secondo 한우 1++ 등심, 카포나타, 비프 주스 티냐넬로 잘 익은 검은 과실, 초콜릿, 감초. 강렬한 육류에 대응하는 강력한 구조감.
    Dolce 바닐라 판나코타, 베리 콤포트 무파토 델라 살라 꿀, 말린 살구, 균형 잡힌 달콤함. 크리미하고 과일 풍미의 디저트와 완벽한 조화.

     


    Benvenuto

    저녁의 시작을 알린 웰컴 디쉬는 섬세함 그 자체였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결이 살아있는 게살로 채워진 타르트 위에 상큼한 레몬과 라임 제스트가 경쾌함을 더하고, 짭짤한 감칠맛의 캐비어가 튀지 않고 조화롭게 감칠맛을 보강한다. 미각을 부드럽게 깨우기 위해 고안된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스타트였다.
     

    마르케제 안티노리 뀌베 로얄 NV (Marchesi Antinori Cuvée Royale NV)

     이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흔히 접하는 프로세코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스파클링 와인 산지인 롬바르디아의 프란치아코르타에서 샴페인과 동일한 전통 방식(metodo classico)으로 생산된다. '뀌베 로얄'이라는 이름 자체에서부터 고귀한 야망이 엿보인다.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비앙코 품종을 블렌딩하여 효모와 함께 3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숙성시킨다. 이 긴 숙성 과정이야말로 백도나 사과 같은 1차적인 과실 향에 더해, 구운 빵과 브리오슈의 복합적인 풍미와 크리미한 질감을 부여하는 핵심이다.

    LC Point : 89 / 100

     

    페어링 

     이 페어링은 완벽한 시너지를 보여주었다. 어찌 보면 흔한 페어링이라고 볼수도 있을 정도로 정석적이고 클래식한 페어링이다. 하지만 클래식에는 이유가 있는법이다. 와인의 부드러운 산도와 섬세한 기포는 타르트의 풍부한 맛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이상적인 마리아주를 구현하였다. 와인의 크리미한 질감은 게살의 부드러운 식감과 아름답게 어우러졌고, 효모 숙성에서 비롯된 고소한 풍미는 페이스트리 도우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와인의 우아함은 캐비어의 고급스러움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 선택은 단순한 시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안티노리라는 이름이 토스카나와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상황에서, 첫 와인으로 토스카나산이 아닌 롬바르디아의 테누타 몬테니사(Tenuta Montenisa)에서 생산된 프란치아코르타를 선보인 것은 전략적인 선언이다. 이는 안티노리에 대한 인식을 토스카나 너머로 즉시 확장시키며, 그들이 이탈리아 전역의 주요 산지에서 최고 수준의 와인을 만드는 와인 명가임을 각인시킨다. 이탈리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저녁을 시작함으로써, 타협하지 않는 품질과 지역을 넘어선 국가적 탁월함이라는 기조를 미묘하지만 강력하게 설정한 것이다.


     

    Antipasto

    아르헨티나 홍새우 타르타르는 최상의 신선도를 자랑했다. 재료 본연의 단맛과 섬세한 식감은 고품질의 올리브 오일과 바질의 은은한 향으로 극대화되었다. 이처럼 순수한 요리는 그에 걸맞은 섬세함을 지닌 와인을 필요로 한다.
     

    체르바로 델라 살라 (Cervaro della Sala) 2022

    이 와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이며, 종종 '이탈리아의 몽라셰(Montrachet of Italy)'로 불린다. 1985년 첫 빈티지가 생산되었을 당시,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으로서는 급진적인 시도였던 유산 발효(MF : malolactic fermentation)와 프랑스산 오크 바리크(barrique) 숙성을 최초로 도입한 혁명적인 와인 중 하나다. 움브리아의 카스텔로 델라 살라(Castello della Sala) 영지에서 생산되며, 화석 껍질이 풍부한 점토질 토양은 와인에 독특한 미네랄리티를 부여한다. 구조감과 복합미를 위한 샤르도네를 주 품종으로, 신선함과 이탈리아적 특성을 더하기 위해 토착 품종인 그레케토(Grechetto)를 소량 블렌딩한다. 오크 숙성에서 오는 스모키한 부싯돌과 삼나무 향, 미모사 꽃의 화사함, 그리고 바닐라, 레몬 버터, 페이스트리의 풍부한 레이어가 이 와인의 복합적인 시그니처다. 이 날 짝궁이 베스트로 꼽은 와인이다. 나 역시 티냐넬로와 함께 이 날의 베스트로 꼽았다.

    LC Point : 93 / 100

     
    페어링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페어링은 실패다. 와인의 크리미하고 버터 같은 노트는 날새우의 비린맛을 부각시켰다. 부싯돌 뉘앙스의 미네랄리티와 생생한 산도는 그 자체로 너무 맛있었지만, 홍새우와의 조합은 물음표였다. 와인의 복합미는 섬세한 새우의 맛 중 비린맛을 꺼집어내고, 달콤한 새우는 와인의 쓴맛을 이끌어냈다. 화이트이지만 오크를 많이 쓴 체르바로의 특성을 모르고 무턱대고 해산물에 페어링한 듯 하다. 체르바로는 오늘의 베스트 픽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페어링은 이 날의 최악이었다.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수 있는(반면교사로서) 페어링이라 할 수 있겠다. 음식과 와인 개별으로는 너무 맛있었지만 합치니 마이너스만 존재한다.
     체르바로 델라 살라는 철학적으로 티냐넬로의 화이트 와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두 와인 모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월드클래스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서 탄생했다. 이를 위해 레드 와인에 국제 품종을 블렌딩하고(티냐넬로), 화이트 와인에 바리크 숙성을 도입하는(체르바로) 등 '비전통적인' 방식을 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두 와인 모두 장기 숙성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메뉴에 체르바로를 포함시킨 것은 단순히 화이트 와인 코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안티노리 혁명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피에로 안티노리와 그의 양조팀, 특히 양조학자 렌조 코타렐라(Renzo Cotarella)의 혁신 정신이 레드 와인이나 토스카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문의 모든 영지에 걸쳐 적용된 총체적인 철학이었음을 증명한다.
     

    Sharing Pizza

     신선하고 크리미한 부라타 치즈로 격을 높인 클래식 마르게리타 피자. 토마토, 바질, 치즈의 단순함은 클래식 키안티를 위한 완벽한 캔버스가 되어주었다.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Marchese Antinori Chianti Classico Riserva) 2020

    이 와인에는 피에로 안티노리가 자신의 뿌리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졌는지가 담겨 있다. 혁명적인 슈퍼 투스칸을 만들면서도, 그는 자신의 칭호인 '마르케제 안티노리'를 이 전통적인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에 부여했다. 이는 산지오베제와 그 고향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의 증표다. 산지오베제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하고 헝가리산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해석을 보여준다. 와인의 블랙 체리, 은은한 꽃향, 그리고 시나몬과 딜 같은 향신료 노트는 피자의 토마토소스와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와인의 구조감과 타닌은 치즈의 지방을 가르며 다음 한 입을 위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었다. 이는 완벽한 지역적 페어링의 교과서적인 예시다. 이 또한 워낙 클래식한 페어링이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 

     또한 이 와인은 연간 수십만병이 생산되는 안티노리의 가장 기본 뀌베이자 가장 저렴한 레드 와인인데, 국내에서도 굉장히 저렴한 가격(3만원대)으로 구할수 있어 데일리 와인으로 인기가 많다. 나 또한 데일리 와인으로 선호하는 와인인데, 수십만병의 대량 생산을 하면서도 그 퀄리티가 이 정도로 훌륭하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대기업의 힘'이라고 말하기에도 와인의 퀄리티를 보았을때 이렇게 저렴한 와인에도 안티노리가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완벽주의적인 와인메이킹을 하는지 엿볼 수 있다. 

    LC Point : 90 /100
     

    Primo

     오랜 시간 끓여낸 깊고 진한 볼로네제 라구 소스의 라자냐. 피자보다 더 무겁고 복합적이며 풍부한 이 요리는 더 높은 집중도와 힘을 가진 와인을 요구했다.
     


    바디아 아 파시냐노 그란 셀레지오네 (Badia a Passignano Gran Selezione) 2021

     이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 등급 체계의 최상위인 '그란 셀레지오네'에 속한다. 이 등급은 지역 최고의 단일 포도원 와인을 인정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역사적인 바디아 아 파시냐노 영지에서 생산된 100% 산지오베제 와인으로, 포도의 가장 순수하고 강력한 형태를 보여준다. 와인의 강도 역시 한 단계 위다. 리큐어 체리, 사워 체리, 레드 오렌지, 라벤더, 가죽 향이 더욱 심오하게 다가온다. '실키하고 생동감 있는' 타닌은 진한 미트 소스에 맞설 만큼 견고하면서도 파스타를 압도하지 않을 만큼 우아하다. 와인의 산도는 라구의 풍부함과 균형을 맞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두 와인을 연달아 제공한 것은 탁월한 큐레이션이었다. 이는 토스카나의 가장 중요한 포도 품종의 영혼을 탐험하는 교육적인 여정과 같았다. 식사를 하는 사람은 먼저 카베르네 소비뇽이 더해져 부드러움과 구조감을 갖춘, 블렌딩의 주역으로서의 산지오베제를 경험한다. 이는 현대 키안티의 '국제적인' 얼굴이다. 그리고 곧바로 최상급 단일 포도원의 100% 산지오베제를 맛보게 된다. 이것은 포도의 '순수하고 희석되지 않은' 영혼이다. 이 비교를 통해 산지오베제의 진정한 맛이 무엇인지 분리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블렌딩 파트너와 함께할 때와 홀로 있을 때, 각각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순서는 안티노리가 블렌딩의 예술(그들 역사의 핵심)과 순수한 테루아르의 표현 모두에 통달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서사 장치이며, 그들의 블렌딩 철학의 궁극적 표현인 티냐넬로를 위한 완벽한 무대를 마련했다.

    LC Point : 91 / 100
     

    Secondo

    풍미 가득한 코스의 정점. 강렬한 마블링과 깊고 버터 같은 풍미로 유명한 한우 1++ 등심이 완벽하게 조리되어 나왔다. 여기에 시칠리아의 전통 요리인 카포나타가 달콤하고 새콤한 노트를 더하고, 부드러운 아스파라거스와 진한 비프 주스가 곁들여졌다. 핵심 재료의 품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티냐넬로 (Tignanello) 2021

    이탈리아를 바꾼 와인: 1960년대 이탈리아 와인은 종종 짚으로 싼 피아스코 병에 담겨 팔렸고, 진지함보다는 저렴하고 유쾌하다는 평판을 받았다. 당시 키안티 클라시코의 DOC 규정은 품질과 숙성 잠재력을 희석시키는 화이트 품종의 혼합을 의무화했다. 바로 이 시점에 피에로 안티노리는 그의 뛰어난 양조학자 자코모 타키스(Giacomo Tachis)와 함께 규정이 아닌 품질에 기반한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단일 포도원인 티냐넬로(Tignanello)에서 몇 가지 급진적인 선택을 했다. 화이트 품종을 배제하고, 비전통적인 프랑스 품종(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을 도입했으며, 이탈리아 최초로 작은 프랑스산 오크통(바리크)에서 와인을 숙성시켰다. 규정을 어긴 대가로 티냐넬로는 가장 낮은 등급인 비노 다 타볼라(Vino da Tavola, 테이블 와인)로 강등되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품질 덕분에 비평가들의 찬사와 높은 가격을 이끌어냈고, 이는 '슈퍼 투스칸'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탄생시켰다. 품질이 경직된 원산지 규정을 초월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 와인은 단순히 아이콘이 된 것을 넘어 이탈리아 와인 시스템 자체를 현대화하도록 만들었다.
     
     이 역사는 잔 속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의 블렌드는 엄청난 복합성을 창조한다. 잘 익은 자두, 블랙베리, 다크 초콜릿, 캐러멜, 감초의 노트는 와인의 힘과 풍부함을 말해준다. 카베르네 품종에서 오는 구조감과 산지오베제의 산미가 힘과 우아함의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다만 토스카나의 2021년이 워낙 좋은 빈티지였던 탓에, 아직 이 와인을 마시기에는 너무 어렸다. 굉장한 과일의 집중도와 응축도에서 나오는 달큰하고 강렬한 향, 높은 산도, 그리고 아직 정돈되지 않은 다소 와일드한 타닌이 미뢰를 강타했다. 역시나 스케일이 크고 구조감이 탄탄한, 단단한 와인이었기에 앞으로 발전할것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5~10년 정도 뒤에는 훨씬 우아하고 성숙된 모습을 보여줄것으로 기대된다. 

    LC Point : 93 / 100
     
    페어링
     한우 1++의 강렬한 마블링과 풍부한 맛은 그에 필적할 만한 구조감, 타닌, 산도를 지닌 와인을 필요로 한다. 티냐넬로의 강력한 골격은 육류의 무게감에 당당히 맞서며, 타닌은 지방을 관통하여 입안을 정화한다. 와인의 검은 과실, 초콜릿, 향신료 노트는 완벽하게 구워진 스테이크의 고소한 캐러멜 풍미 및 진한 비프 주스와 숭고한 조화를 이룬다. 카포나타의 새콤달콤함은 와인의 복합적인 프로필 속 설탕에 절인 오렌지 껍질 뉘앙스와 놀랍도록 조응한다.
     이 페어링에서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 같은 전통적인 이탈리아 부위 대신 한우를 선택한 것은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보칼리노는 이탈리아의 가장 상징적인 현대 와인과 한국의 가장 상징적인 고급 육류를 짝지었다. 이는 단순한 재료 대체가 아닌, 의도적인 '요리의 번역' 행위다. 훌륭한 페어링의 본질은 지리적 기원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풍미를 일치시키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각자의 미식 표현의 정점에 있는 두 문화 간의 대화다. 이 페어링은 티냐넬로의 토스카나 토양에 대한 깊은 뿌리와 그것이 현재 활약하고 있는 세계적인 무대를 동시에 기념한다. 이 저녁 식사를 단순히 이탈리아적인 경험이 아닌, 독특하게 '서울적인' 경험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Dolce
     
    클래식하고 우아한 디저트. 부드러운 바닐라 판나코타의 크리미함은 생생한 베리 콤포트와 신선한 제철 과일로 균형을 맞춘다. 풍부하지만 무겁지 않고, 달콤하지만 산미로 균형을 잡은 디저트다. 생각보다 큰 그릇에 서빙되어 살짝 놀랐다.
     


    무파토 델라 살라 (Muffato della Sala) 2022

     '무파토(Muffato)'는 '귀부병(Noble Rot)'으로 알려진 보트리티스 시네레아(Botrytis cinerea) 균을 의미한다. 이 유익한 곰팡이는 포도 껍질에 미세한 구멍을 내어 수분을 증발시키고, 당도, 산도, 풍미를 놀라울 정도로 농축시킨다. 이는 소테른(Sauternes)과 같은 세계 최고의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방식과 동일하다. 체르바로와 같은 카스텔로 델라 살라 영지에서 생산되며, 리슬링, 소비뇽 블랑, 세미용, 그레케토, 트라미너 등 이례적이고 복합적인 품종 블렌딩은 이 영지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말린 살구, 설탕에 절인 과일, 꿀, 시나몬의 강렬한 아로마가 특징이다. 입안에서는 풍부하고 감미롭지만, '시트러스 제스트' 풍미로 표현되는 결정적인 산도가 느끼함을 막아준다. 아주 새콤달콤 맛있었지만 귀부 와인이 의례 그렇듯 아주 긴 시간동안 숙성 시켰을때 더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와인이다. 이 날 서빙된 것은 2022년 빈티지라 아직은 좀 너무 어리기는 했다. 

    LC Point : 92 / 100
     
    페어링
     와인의 꿀과 같은 단맛은 판나코타의 바닐라, 베리 콤포트와 함께 또 하나의 소스로서 제 역할을 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의 산도가 베리의 산미와 일치하여 전체적인 조합이 무겁거나 지나치게 달지 않고 밝고 상쾌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호사스럽고 만족스러운 마무리였다.
     
     

     

    총평

    이 저녁 식사는 여섯 개의 개별 코스가 아니라, 단 하나의 여정을 향한 스토리 텔링이었다. 각 페어링은 전통에서 혁명으로, 그리고 다시 본질로 돌아온 안티노리 가문의 여정을 이야기했다. 궁극적으로 안티노리 와인을 맛보는 것은 살아있는 역사를 맛보는 것과 같다. 600년 키안티의 전통에서부터 티냐넬로의 규칙을 깨는 혁신에 이르기까지, 이날 저녁은 이탈리아 와인의 영혼을 관통하는 여정이었으며, 그 여정의 안내자는 이탈리아 와인을 그 누구보다 깊이 있게 형성해 온 가문이었다. 최고의 와인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병에 담긴 하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상기시켜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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